어제 늦은 밤에 찬 바람이 스치듯 불어오자 갑자기 아련한 클래식 감성의 로맨스가 끌려서 2000년에 개봉했던 영화 시월애를 다시 꺼내 봤어요. 개봉 당시에 느꼈던 특유의 고즈넉하고 쓸쓸한 분위기가 세월이 한참 흐른 지금 감상해도 조금도 빛바래지 않고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더라고요.
이현승 감독님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이정재 님과 전지현 님이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세기말과 21세기 초반의 아름다운 감성이 고스란히 담긴 한국 멜로 영화의 대표적인 명작이랍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도 한동안 스크린 가득 펼쳐지던 바닷가 집 ‘일마레’의 영상미와 아련한 음악이 귓가에 맴돌아서 한참 동안 멍하니 여운에 잠겨있었어요. 왠지 모르게 저 시절 특유의 순수하고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지독하게 그리워지는 순간이었죠.

2년의 시차를 두고 이어진 편지, 영화 시월애 줄거리
이 영화의 줄거리는 바닷가에 위치한 아름다운 집 ‘일마레’를 거쳐 간 두 남녀의 신비로운 우체통 이야기로 시작돼요. 1999년 일마레를 떠나며 다음 주인에게 연하장을 남긴 은주(전지현)와, 1997년에 일마레로 이사 와서 그 연하장을 받게 된 한성현(이정재)의 만남이 그려집니다.
처음에는 서로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지만, 신기하게도 미래의 일을 예견하는 은주의 편지들을 통해 두 사람은 자신들이 2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소통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죠.
시간을 넘어 오직 편지로만 마음을 주고받는 두 사람은 각자가 가진 외로움과 아픔을 공유하면서 서로에게 조금씩 빠져들게 됩니다. 하지만 과거의 사람과 미래의 사람이 서로 만날 수 없다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며 두 사람의 사랑은 점점 가슴 시리게 변해가요.
중후반부로 갈수록 예기치 못한 비극적 진실과 함께 시간을 뛰어넘으려는 이들의 절절한 노력이 이어지며 보는 내내 가슴을 죄어오는 가슴 아픈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20세기 전지현의 미모와 아날로그 감성, 그리고 솔직한 감상평
이번에 영화 시월애를 다시 보면서 가장 감탄했던 건 화면 가득 담긴 아련하고 아름다운 영상미와 배우들의 독보적인 비주얼이었어요. 지금도 리즈시절이지만 20세기 당시 전지현 님의 모습은 진짜 너무 예쁘고 청순해서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였거든요.
이정재 님과의 투샷이나 각자 홀로 편지를 쓰며 쓸쓸해하는 눈빛 연기만으로도 서사가 완성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SNS가 없던 시절, 오직 빨간 우체통을 통해 편지로만 이어지는 두 사람의 관계가 너무 예쁘고 절절하게 와닿았어요. 영화 내내 흘러나오는 아련하고 고즈넉한 OST와 바닷가의 풍경이 어우러져서 세기말 멜로의 정석이라는 말이 딱 어울렸죠.
요즘 나오는 자극적인 스토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그 시절만의 순수함과 낭만이 듬뿍 담겨 있어서, 찬 바람이 불어오는 초겨울이 되면 어김없이 꺼내보고 싶어질 것 같은 인생 영화예요.

쌀쌀한 계절 가슴 따뜻한 여운을 전해줄 명작 로맨스
2000년작 영화 시월애는 화려한 스킨십이나 자극적인 대사 없이도 시공간을 초월한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시적으로 그려낸 아름다운 수작이에요. 아날로그 감성의 잔잔하고 서정적인 사랑 이야기가 그리운 분들, 혹은 이정재와 전지현의 가장 풋풋하고 아련한 리즈 시절을 만나보고 싶은 분들께 이 영화를 강력하게 추천해 드립니다. 쌀쌀한 밤,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시월애가 선사하는 짙은 감성 속에 푹 빠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